전에는 작은 약상자 하나면 충분했던 삶이, 이제는 장식장 한 칸이 약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선택들이 쌓이며, 중년 이후 우리 몸과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전에는 약상자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머리가 아플 때 꺼내 먹는 진통제 몇 알과 환절기마다 챙겨두는 감기약 몇 봉지 정도면 일상은 큰 무리 없이 흘러갔고, 그 이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약상자라는 말보다 약창고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큼 약의 종류와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장식장 한 칸이 어느새 약으로 채워지고, 정*장, 비*스, 락*핏, 이너플**, 카*진, 아연, 스쿠알렌, 비타민C 1000, 에키**스, 그리고 그날그날 먹다 남은 처방약까지 하나둘 더해지다 보니,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을 되짚어 보면,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마음이 곧 바른 방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 대신 약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에 손이 갔고, 한 알로 부족한 것 같으면 하나를 더 더하는 식으로 선택이 조금씩 쌓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습관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이어졌고, 어느 순간에는 '건강을 챙긴다'는 명분 아래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식이 꽤 능숙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을 먹는 이유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건강을 잃지 않으려는 예방의 마음으로 먹던 약이 많았다면, 요즘은 아파서 먹는 약이 더 많아졌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무리를 해도 바로 신호가 오고, 한 번 탈이 나면 회복이 좀처럼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게 되고, 처방약이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이 변화는 어떤 특별한 사건의 결과라기보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거울처럼, 조용히 이어진 시간이 조용히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은 역시 영양제입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먹고 있는 동안에는 왠지 괜찮은 것 같고, 끊으면 괜히 더 나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결국 다시 손이 가게 됩니다. 그래서 영양제는 이제 몸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그래도 나는 뭔가 하고 있다'는 마음을 스스로 유지하기 위한 습관처럼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주는 안도감을 위해 오늘도 뚜껑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식장에 쌓인 약들을 바라보다 보면, 그 안에서 나이가 보입니다.
이제는 이렇게까지 몸을 신경 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고, 그 사실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조금 더 편해지려고, 조금 덜 아프려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마음으로 선택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이 늘어난 이 풍경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풍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이 많아진 이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약이 많아진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내 몸을 대하는 방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사람은 아는 대로만 살지는 않습니다.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또 알게 되는 것들이 삶 안에 가득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약 하나를 꺼내 들면서, 이것이 나에게 맞는 답인지, 아니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다른 답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그 사이에는 시간과 습관, 그리고 조금씩 달라진 나의 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약을 챙긴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방식으로, 오늘도 뚜껑을 열고 한 알씩 넘기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당분간은 이 상태를 그대로 두기보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바꿔보려 합니다. 조금 덜 의지하는 쪽으로, 그리고 조금 더 직접 움직이는 쪽으로. 그 첫걸음이 얼마나 작든, 시작이 없는 변화는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요.
Written & reviewed by Old-Newbie | AI-assisted with ChatGPT & Google Gemini | Images created with Canva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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