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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by Old-Newbie 2026. 5. 3.

전에는 작은 약상자 하나면 충분했던 삶이, 이제는 장식장 한 칸이 약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선택들이 쌓이며, 중년 이후 우리 몸과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전에는 약상자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머리가 아플 때 꺼내 먹는 진통제 몇 알과 환절기마다 챙겨두는 감기약 몇 봉지 정도면 일상은 큰 무리 없이 흘러갔고, 그 이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어느 순간부터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약상자라는 말보다 약창고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큼 약의 종류와 양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장식장 한 칸이 어느새 약으로 채워지고, 정*장, 비*스, 락*핏, 이너플**, 카*진, 아연, 스쿠알렌, 비타민C 1000, 에키**스, 그리고 그날그날 먹다 남은 처방약까지 하나둘 더해지다 보니,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을 되짚어 보면,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마음이 곧 바른 방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운동 대신 약을 선택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와 피곤하다는 이유로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에 손이 갔고, 한 알로 부족한 것 같으면 하나를 더 더하는 식으로 선택이 조금씩 쌓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습관은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이어졌고, 어느 순간에는 '건강을 챙긴다'는 명분 아래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식이 꽤 능숙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을 먹는 이유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건강해지기 위해, 혹은 건강을 잃지 않으려는 예방의 마음으로 먹던 약이 많았다면, 요즘은 아파서 먹는 약이 더 많아졌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조금만 무리를 해도 바로 신호가 오고, 한 번 탈이 나면 회복이 좀처럼 빠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원을 찾게 되고, 처방약이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이 변화는 어떤 특별한 사건의 결과라기보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본 거울처럼, 조용히 이어진 시간이 조용히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은 역시 영양제입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먹고 있는 동안에는 왠지 괜찮은 것 같고, 끊으면 괜히 더 나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결국 다시 손이 가게 됩니다. 그래서 영양제는 이제 몸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그래도 나는 뭔가 하고 있다'는 마음을 스스로 유지하기 위한 습관처럼 자리 잡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주는 안도감을 위해 오늘도 뚜껑을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식장에 쌓인 약들을 바라보다 보면, 그 안에서 나이가 보입니다.

이제는 이렇게까지 몸을 신경 써야 하는 시기가 되었고, 그 사실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조금 더 편해지려고, 조금 덜 아프려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는 마음으로 선택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약이 늘어난 이 풍경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풍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이 많아진 이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약이 많아진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내 몸을 대하는 방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사람은 아는 대로만 살지는 않습니다. 알면서도 미루고, 미루다가 또 알게 되는 것들이 삶 안에 가득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약 하나를 꺼내 들면서, 이것이 나에게 맞는 답인지, 아니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다른 답이 어딘가에 남아 있는지,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전에는 약상자였고, 이제는 약창고입니다.

그 사이에는 시간과 습관, 그리고 조금씩 달라진 나의 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약을 챙긴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방식으로, 오늘도 뚜껑을 열고 한 알씩 넘기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당분간은 이 상태를 그대로 두기보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바꿔보려 합니다. 조금 덜 의지하는 쪽으로, 그리고 조금 더 직접 움직이는 쪽으로. 그 첫걸음이 얼마나 작든, 시작이 없는 변화는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요.

 

 

 


 

Written & reviewed by Old-Newbie | AI-assisted with ChatGPT & Google Gemini | Images created with Canva &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