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의 기록

미뤄 둔 마음까지 다시 붙여 놓은 이야기 - 욕실 타일 수리

by Old-Newbie 2026. 5. 16.

지난겨울 갑자기 터져 버린 욕실 타일. 덕지덕지 붙인 테이프로 버티다가 봄이 지나서야 수리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벽을 보며, 미뤄 두었던 마음도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을 적어 본 중년의 짧은 생활 에세이입니다.

 

지난겨울 새벽이었습니다.
갑자기 욕실 쪽에서 “쩌정”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울렸습니다.
조용한 새벽이라 더 크게 들렸습니다.

가서 보니 욕실 타일 몇 장이 터져 있었습니다.
겨울 추위 때문인지, 오래 버틴 힘이 한꺼번에 밀려 나온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금이 간 타일은 금세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혹시라도 흘러내릴까 싶어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였습니다.

보기는 영 아니었습니다.
누가 보면 임시방편도 너무 임시방편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래도 그 순간에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봄 되면 고치자.”

그렇게 말해 놓고 그냥 두었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습니다.
당장 급한 일은 아닌 듯하면 자꾸 미루게 됩니다.
생활은 계속 바쁘고, 돈 들어갈 일은 많고, 몸은 예전 같지 않고, 하루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서야 결국 수리를 했습니다.

깨끗하게 다시 붙은 타일을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하얗고 반듯한 벽을 보니 욕실이 넓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괜히 한 번 더 들어가 보고 싶고, 괜히 물도 틀어 보게 됐습니다.

든든했습니다.

겨울 내내 불안하게 붙어 있던 테이프도 사라졌고, 혹시 떨어질까 괜히 힐끗거리던 습관도 없어졌습니다. 별일 아닌데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작은 불편 하나가 오래 남아 있으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가만히 보니 꼭 사람 마음 같았습니다.

무너질까 봐 임시로 붙여 둔 것들.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면서 미뤄 둔 것들.
그럭저럭 버티며 지내다가 어느 날 마음먹고 손보게 되는 것들 말입니다.

나이 들수록 그런 게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몸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집안 구석구석도 그렇습니다.
젊을 때는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오래 쓰려면 미리 손보고 관리해야 한다는 걸 자꾸 배우게 됩니다.

 

욕실 타일 몇 장 고친 이야기인데
괜히 마음까지 조금 정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깨끗했고,
든든했고,
깔끔했습니다.

 

어쩌면 중년 이후의 삶이라는 것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단한 새 출발보다, 오래 미뤄 둔 것을 하나씩 고쳐 가는 일.

그렇게 겨울을 지나고 봄을 지나며
사람도 조금씩 다시 붙여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