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라는 나이는 익숙한 단어 어디에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습니다. 환갑도, 노년도 아닌 ‘중년 이후’라는 틈새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나이를 다시 정의해봅니다.

블로그를 하다보니 내 나이를 지칭하는 말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예순이라는 나이는 생각보다 쉽게 정의되지 않습니다.올해 예순이 되었지만, 정작 이 나이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예순 해를 살았는데, 그 예순을 담을 이름 하나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갑이라는 말을 시작 글로 썼지만, 이제는 어딘가 어색합니다.
예전 같으면 마땅한 단어였습니다. 빨간 도포를 입고 자식들 절을 받고 동네잔치를 열던 그 환갑 말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어딘가에서 가야금 소리가 들려오고 눈앞에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나는 아직 지팡이가 없습니다. 무릎이 조금 시리긴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노년, 늙어서라는 말은 더 멀리 밀어두게 됩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날이 있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선의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쪽이 씁쓸했습니다. 그날 저녁은 평소보다 막걸리가 더 당겼습니다. 노년이라는 단어는 그날 이후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장년이라는 말은 이미 지나온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한때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壯年, 씩씩하고 건장한 나이라는 뜻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장년은 대체로 40대에서 50대 초반을 가리킵니다. 나는 이미 그 구간을 지나왔습니다. 마치 내릴 역을 지나친 기차처럼, 뒤돌아볼 수는 있지만 다시 설 수는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중년 이후’라는 표현에 머물게 됩니다.
이 말은 이상하게도 편안합니다. 중년을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는 느낌, 지나왔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환갑처럼 선언적이지도 않고, 노년처럼 체념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조용히 하나의 계절을 통과해 여기까지 왔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예순이라는 나이는 어딘가의 틈새에 서 있는 시간 같습니다.
아동,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이름들 사이에서, 막상 예순은 어느 칸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습니다. 칸과 칸 사이의 틈, 이름이 붙지 않은 경계선 같은 자리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위치가 불편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틈이 내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은 이미 나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틀을 새워도 사흘째 멀쩡했지만, 지금은 자정만 넘으면 눈꺼풀이 자연스럽게 내려옵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난간을 잡기도 하고, 식당 메뉴판을 읽을 때는 팔을 조금 더 뻗어야 합니다. 몸은 솔직합니다. 나는 이미 중년을 지났다는 사실을 몸은 먼저 알고 있습니다. 다만 마음이 가끔 그 사실을 늦게 따라올 뿐입니다.
관계의 온도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친구들과 모이면 건강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됩니다. 예전에는 승진과 집값이 화제였다면, 지금은 무릎, 혈압, 수면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대화는 더 따뜻합니다. 자랑보다 고백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약한 부분을 꺼내놓고도 웃을 수 있는 나이, 그것이 중년을 지나며 얻은 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중년 이후’를 살아갑니다.
거창한 이름 없이, 선언 없이, 그저 조용히 중년을 뒤에 두고 걸어갑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방향은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간다는 것. 무릎이 조금 시려도, 난간을 잡게 되더라도, 방향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중년을 지나, 여기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Written & reviewed by Old-Newbie | AI-assisted with ChatGPT & Google Gemini | Images created with Canva & Google 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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